지난 일요일은 딸의 생일이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니 딸도 벌써 일어나 있었습니다.
그런데 딸을 보고도 생일을 축하한다는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딸에게 줄 생일 카드와
선물을 그 시간까지도 준비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교회에 와서 생일 카드를 만들고 선물로 약간의 현금을 넣어 딸에게 주었습니다. 그러고 나서야
안도의 숨을 쉴 수 있었습니다. 그 동안 딸에 대한 사랑과 고마움의 표시를 못해 미안했기 때문입니다.
보스톤 지역으로 이사온 이후에 가족의 소중함을
더욱 느끼게 됩니다. 이곳에 이사올 때도 그리고 버지니아에 갈
때도 가족의 동의는 절대자의 음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부족하고 할 수 없는 것을 아이들과
아내가 합니다. 요즈음은 교회에서 전에 하지 않았던 일까지 하느라 애쓰는 것을 보면서 가족 없는 목회는 상상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모든 일을 당연한 것으로 여길 때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가족들에게 고마움이나 사랑의 표현이 거의 없습니다.
“표현하지 않은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마음 속으로 사랑한다고 생각해도 상대방에게 전달되지 않은 사랑은 사랑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얼마 전에 “그대를 사랑합니다” 라는 만화를 본 적이 있습니다. 만화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서울의 어떤 가난한 동네에 할아버지 한 분이 동사무소에서 일하는
손녀와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이 할아버지의 부인은 병으로 얼마 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할아버지는 아침마다 오토바이로 우유 배달을 하는데 어느 날 파지를 주워 팔아 근근이 사는 동네 할머니 한 분을 만납니다.
외롭게 살던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서로를 염려해 주는 사이가 됩니다.
손녀딸은 할아버지가 할머니에게 관심을 갖고 있음을
알고 할아버지에게 권합니다.
할머니 생일에 선물을 사가지고 가서 “당신을 사랑합니다” 라고 말하라는 것입니다. 할아버지는 “당신”이라는 말은 남편과 아내 사이에서만 쓰는
말이라고 하면서 그럴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러다가 아내의 무덤에 가서 사정을 설명하고 동네 할머니를 위해
생일 케이크와 머리 삔을 선물로 사들고 갑니다.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고 난 후에는 “송이쁜,
나는 그대를 사랑합니다” 라고 고백합니다. 젊었을 때 남편은 집을 가출했고 어린
아들은 병들어 세상을 떠난 후 외롭게 살아온 이 할머니에게 이처럼 행복한 순간은 없었습니다. 동네 할아버지의
관심이 평생을 외롭게 살아온 할머니로 하여금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 느끼게 만들었습니다.
이 이야기에서 보는 바와 같이 사람이 행복해지는
비결은 간단합니다. 사람들은 누군가가 관심을 보이고 사랑의
표현을 하면 감동을 받습니다. 이렇게 쉽게 행복해 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행복하다고 느끼기보다는
그 반대인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사랑 받고 있다는 느낌을 갖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한 생명이 한 남자와 여자의
사랑의 결과로 태어나는 것처럼 사람은 끝없이 사랑을 먹고 살아야 행복하다고 느낍니다. 사람들은 그런 사랑을
날마다 그리고 순간마다 경험하고 싶어하고 그 사랑이 영원하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만일 매 순간 그리고 영원히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기를 기대한다면 우리는 실망할 것입니다. 아무도 그런
사랑을 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성경은 그런 사랑이 존재한다고 말합니다. 그 사랑이 존재한다는 증거도 분명히 있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아직 죄인이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죽으셨습니다. 이리하여 하나님께서는 우리들에 대한 자기의 사랑을 실증하셨습니다”
(로마서 5:8). 예수가 십자가에서 죽은 것이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한다는 증거라는 말입니다. 하나님께 부끄러워
감히 나아오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그들의 죄가 용서함 받았고 그들이 여전히 하나님께 소중한 존재임을 확인해 주셨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사랑은 항상 선물이 수반되어야 하고 희생이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최근에
선물이나 희생 못지 않게 한마디의 말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깨달았습니다. 어떤 분이 전해준 카드 속에 쓰여진
저의 존재 가치를 인정해 주는 말 한마디가 큰 사랑이 될 수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그 동안 저는 본의 아니게
다른 사람들에게 말로 상처를 주어 미움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제 자신의 존재가치에 대하여도 의심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 분의 말 한마디는 저에게 많은 격려가 되었습니다. 그분의 칭찬은 그 어떤 선물보다도 저에게는 큰 사랑의 표현이었습니다.
그 동안 여러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미숙한
저의 행동과 말을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하나님이
당신의 백성들을 소중하게 여기시는 것처럼 저도 더욱 주님의 백성들을 소중하게 여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만화 속의 할아버지처럼 이렇게 속삭이고 싶습니다.
“그대를 사랑합니다.”
